꿀벌 부저병
1. 정의
꿀벌의 유충에 병원균(미국부저병: Paenibacillus larvae, 유럽부저병: Melissococcus pluton White)이 침투하여 유충벌을 썩게 하는 질병이다
2. 원인체 및 감염경로
미국부저병 유충벌의 질병 중 가장 무서운 질병이며 원인균은 Paenibacillus larvae로, 1993년 Bacillus larvae에서 개명되었다. 한때 미국부저병의 병원균으로 생각되었던 Bacillus alvei는 단지 2차 감염균으로 꿀벌의 사체에 감염되어 생활할 뿐 병원균은 아니다. P. larvae는 그람양성의 간균(2.5~5.0㎛ × 0.7~0.8㎛)으로, 편모에 의한 운동성이 있으며, 내생포자(endospore; 간단히 포자, spore)를 만들기에 내열성 및 화학살균제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여 건조상태에서 35년간 감염력을 보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부저병의 전염은 감염 봉군에서 채밀한 오염된 꿀의 재사용, 오염된 기구의 사용이나 교환, 또는 도봉들에 의하여 유충에서 유충으로, 한 봉군에서 다른 봉군으로 또한 한 양봉장에서 다른 양봉장으로 옮겨간다.
P. larvae 내생포자의 감염력은 꿀벌(Apis mellifera) 1종에만 국한되며, 다른 생명체에서는 감염, 증식되지 않는다. 또한 성봉의 경우 많은 포자가 존재하는 환경에서도 거의 발병되지 않으며, 유충의 경우도 부화 후 1일 정도 된 유충은 평균 35개의 포자에 의해 감염, 발병되나, 2일 또는 그 이상 경과된 유충은 수천 개 이상의 내생포자가 감염되어야 발병되며, 부화된 지 53시간이 지난 유충은 거의 감염되지 않는다.
감염된 내생포자는 유충의 경구를 통하여 중장관(midgut)에 도착한 후 24시간 내에 활성형 세포(영양세포)로 부화되며 급속히 증식한다. 유충의 온몸에 퍼져 증식된 활성형 세포들은 유충이 치사됨에 따라 내생포자의 형태로 변환되며, 1개 사체에 들어 있는 P. Larvae의 내생포자의 수는 500만~1,000만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부저병도 세균성 질병인데 병원균은 Melissococcus pluton White로 미국 부저병과는 다르다. 유충벌이 섞어 죽는 과정이나 전염경로는 미국 부저병과 유사하다.
3. 국내외 발생 현황
미국부저병(American foulbrood)은 1877년 뉴질랜드에서 처음 기록되었으며, 20세기 초 전세계에 널리 퍼진 이래, 세균에 의한 꿀벌의 질병 중 가장 많이 발생되며 심각한 피해를 입히는 질병의 하나이다. 국내에는 1950년 중부지방에서 처음 발생하여 국내 양봉에 궤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힌바 있으며 현재까지 전국 일원에서 지속적으로 발병되고 있다.
4. 증상 및 진단
미국부저병의 초기 증상은 병에 걸린 유충의 채색이 유백색을 나타내다가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 갈색으로 변해가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일벌의 유충벌에 걸리는데 간혹 숫벌이나 여왕벌 유충에 걸리는 때도 있다. 이 병에 걸린 유충은 채색이 갈색으로 변하면서 물러 터지는데, 이 때에 시큼한 냄새가 난다. 죽은 유충 또는 번데기의 시체는 점주성이 있다가 나중에는 벌방 밑에 딱지로 말라 붙는다. 이 질병의 잠복기는 평균 12.5일로써 대부분 감염된 유충은 부화 후 10~15일 사이에 유충의 색깔이 변하는 증상을 나타낸다. 이와 같은 유충이 있으면 봉개는 평소보다 빨리 일어나며 축축하고 짙은 갈색으로 변한다. 즉, 봉개는 안으로 함몰되며 건강한 성충벌들은 이 질병에 감염된 유충을 제거하는데 처음에는 봉개에 조그만 구멍을 내다가 나중에는 열린 상태 그대로 두어 유충이 사멸케 한다. 붕개가 함몰되어 있는 소방에 성냥개비 등으로 유충을 찔러 제거하면 갈색의 교질성 물질이 딸려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유럽부저병은 미국 부저병에 비하여 병세가 가볍고 썩어 죽은 유충은 별로 찐득찐득하지 않으며 썩어 죽은 유충의 마른 딱지가 멀방밑에 놓이지만 잘 떨어져 청소벌들에 의하여 쉽게 제거된다.
5. 치료 및 예방대책
미국부저병은 온대지방에 폭넓게 발생하며, 각 나라마다 1.0~10%에 이르는 봉군에서 이미 원인균인 P. larvae의 내생포자가 발견될 정도로 널리 퍼져 있다. 양봉의 선진국인 뉴질랜드에서도 1.2%의 봉군(1995)에서 P. larvae의 내생포자가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내생포자가 봉군 내에 발견되었다고 바로 발병이 되는 것은 아니며, 발병의 가능성이 보다 높다는 것이다. 정량적으로 정확한 연구를 필요로 하나 봉군 당 500만 이상의 포자가 존재할 때 일반적으로 최초의 발병이 일어난다는 실험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미국부저병의 방제는 조기발견, 진행의 억제, 전파차단으로 요약될 수 있다. 미국부저병은 최고 수십년간 감염력을 유지하며 생존할 수 있는 내생포자에 의하여 발병되며, 이미 세계적으로 상당수의 봉군에서 포자가 발견된 이상 상당량의 봉군을 수입하고 있는 국내 양봉의 실정에서 검역에 의한 외래 병원균의 유입을 가능한 한 차단하고, 국내의 발병을 최대로 억제하는 것만이 최선의 국가적 예방책이 될 것이다. P. larvae는 꿀벌에 의해서만 증식되며, 내생포자는 꿀벌없이 스스로 증식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저병에 대한 예방적 대책으로는 도봉방지, 오염된 벌꿀의 사양금지, 오염 봉군의 처치, 오염 소비의 소각, 오염 양봉기구의 소독을 실시하고 저항성 벌종을 구입하는 방법들이 있다. 오염원의 근절을 위해서는 병에 걸린 봉군을 발견하는 대로 불에 태워 버리는 일과 나머지 양봉기구는 철저히 소독을 실시하여야한다.
이 질병의 치료제로는 항생제를 사용하는데 그중 소디움설파디아졸 (sodium sulphadiazole) 이나 옥시테트라싸이클린 (oxytetracycline)을 사용하는데 항생제의 벌꿀 내 잔류성에 대하여 주의하여야 한다. 급여시기는 월동 직후 육아 개시 시기를 택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이들 약제를 이용한 완전한 치료는 어려우며 또한 포자까지는 멸균이 되지 않으므로 예방적 차원에서 철저한 봉군 관리가 절실하다.
또한 부저병이 꿀벌 유충의 질병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질병의 증상을 보이는 벌통에서 벌이 붙어있는 소비를 꺼내어 다른 새 벌통에 덜어 담고 소비를 태우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성봉의 몸에 포자가 붙어있을 가능성이 있고 완전히 포자를 제거할 수 없으므로 재발의 여지가 많다.
6. 참고문헌
최승윤. 1992. 양봉, 꿀벌과 벌통. 오성출판사
윤병수. 2002. 꿀벌의 전염병과 방제. 한국양봉협회회보. 2월호
작성자 :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세균과 연구사 정우석
031-467-18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