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양의 블루텅병
(Bluetongue)
블루텅병은 Reoviridae과, Orbivirus속에 속하는 블루텅바이러스(Bluetongue virus)가원인체로 병원성이 다양하고, 열성, 비접촉성 곤충매개 질병이다. 이 질병에 걸린 면양은 발열이 있고 점막부위(볼,입술, 안면 등)의 염증과 충혈, 출혈, 궤양형성, 그리고 제대염으로 인한 절름과 기형태자 등의 증상을 보인다.
이 질병은 가축전염병예방법 제1종 법정전염병이며 국제수역사무국지정 A급의 전염병이다. 이 질병은 제국주의시대인 1900년대초 식민지 구축정책에 의해 감수성있는 유럽의 면양이 아프리카 남부지역로 대단위로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처음 알려지기 시작했다. 1940년대이전까지는 이 질병이 아프리카지역에만 국한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 이후에 지중해연안국가, 아시아, 미국 등 전세계적으로 많은 국가들에서 밝혀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시기까지는 면양에서의 심각한 피해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질병에 대한 중요성이 인식되지 않았다. 1956-1959년에 걸쳐 유럽의 이베리아반도(스페인/포르투칼)에서 면양 17여만두가 폐사하는 엄청난 피해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이 질병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으며, 이 질병은 국가간 생축 및 축산물 이동제한의 주요한 요인중 하나로 부각하였다.
1. 역학적 특징
가. 세계적 발생현황
이 질병은 매개겨모기가 활동하는 분포지역과 거의 일치하여 전세계적으로 북위 35도와 남위 40도 사이에 걸쳐있는 지역/국가들에서 존재 또는 발생한다. 년중 겨모기가 활동하는 열대 및 아열대지역은 년중 블루텅의 감염이 이루어지며 감염은 이루어지나 증상은 나타내지 않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온대지방의 경우 겨모기가 활동하는 시기가 한정되어 있어 매년 이들 시기에만 주기적으로 블루텅이 발생한다. 임상적인 증상은 주로 이들 지역에 있는 블루텅에 노출된 적이 없는 감수성 동물(면양, 소 등 반추류동물)에서 나타나는 데 그 대표적인 지역들이 이집트, 터키, 이스라엘 등 지중해연안국가, 미국 캘리포니아주, 남아프리카 등이다. 블루텅이 상재성으로 분포하는 남쪽지방에서 블루텅 바이러스감염 겨모기(Vector)가 바람 등에 의해 이들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질병발생이 일어난다.
현재 우리나라와 인접한 국가로서 블루텅병이 존재하는 지역은 호주, 동남아, 일본 그리고 공식적으로는 보고가 되어있지 않지만 지리적인 위치를 고려해볼 때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대만과 중국남부지역이 있다. 이들 지역에서의 블루텅은 준임상형으로 질병으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없다. 다만 1994년 일본 동경 북부 지방에서 화우 23두와 면양 22두에서 블루텅이 발생하여 폐사없이 임상증상만을 나타내는 피해가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블루텅에 의한 피해가 확인된 바 없다.
나. 전파경로
이 질병의 특징은 곤충의 흡혈작용에 의해서 주로 전파된다는 점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곤충으로는 겨모기(culicoides spp)만이 전파매개체로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겨모기는 독혈증상태의 감수성 숙주 혈액을 섭취한 후 겨모기 체내에서 증식하여 다른 감수성 동물에 전파시키는 데는 10일내지 20일정도가 소요된다. 이러한 겨모기 한마리는 높은 역가의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어 흡혈할 때 숙주 한마리를 감염시킬 수 있다. 블루텅의 발생은 매개능(competent ability)을 가진 종(species)의 활동유무와 이들 겨모기의 이동상황과 밀접한 관련성을 가진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전세계적으로 겨모기가 1,000여종이 있으나 실제로 블루텅을 전파시키는 능력을 가진 겨모기(Vector, competent culicoides)종는 10여종만이 확인되어 있다. 대표적인 겨모기종은 C. variipennis(미국지역), C. brevitarsis, C. wadai(호주지역), C. imicola(아프리카 및 지웅해연안) 등이 있다. 국내의 경우 일부 연구자들에 의해 국내 활동하는 겨모기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진 바 있으나 블루텅을 매개하는 종은 아직까지 존재하지 않거나 확인된 바가 없다. 그러나 접촉, 호흡기, 경구감염 등의 방법에 의한 전파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블루텅 전파의 두번째 전파경로는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동물의 이동이다. 이들 동물은 이동한 지역에서 감수성 숙주에 대한 바이러스 전파의 원인(Source)를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질병전파의 측면에서 볼때 국제간 교역시 블루텅에 감염된 생축은 엄격한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이들 동물보다는 감수성이 있는 야생반추류의 무제한적인 이동이 동물이동에 의한 전파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이러한 동물이동에 의한 전파는 이동한 지역에 바이러스 전파매개체(겨모기)가 실제적으로 활동하고 있어야만 바이러스가 확대 재생산되고 이들지역에서 블루텅의 유행이 가능하다.
그 이외에 블루텅바이러스의 전파가 가능한 경로는 블루텅바이러스에 감염된 수컷의 정액을 통한 전파다. 정액을 통한 전파는 감염된 수컷에서 높은 역가의 독혈증을 시기에만 한정되어 전파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어 블루텅의 확산요인이라기보다는 바이러스 오염원(보독원, reservoir)으로는 간주되는 게 정확하다.
다. 감수성 숙주
블루텅에 감수성이 있는 숙주는 면양, 소, 산양, 사슴, 야생 반추류 등 반추류들이다. 이들 숙주들중 임상증상 및 폐사 등의 피해를 주는 것은 대부분 면양에 국한되고 나머지 축종들은 일반적으로 경증이거나 준임상형을 보인다.
2. 임상증상
면양에서의 병증은 지역적 특징, 면양의 품종, 나이, 바이러스의 독력, 스트레스 및 복합감염여부 등에 따라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 즉 지역적으로는 상재지역(열대지방) 보다는 주기적 발생지역(온대지방)이, 품종별로는 토종품종보다는 외래성 품종이, 년령에서는 거의 차이가 없으나 나이가 많을수록, 스트레스나 복합감염이 이루어질수록 병원성이 높다. 상재성을 보이는 열대지역의 경우 이들 지역에 사육되는 면양에서는 거의 병원성이 없다. 온대지방의 경우 블루텅의 유입 첫해에는 폭발적인 피해를 보이나 그 이후에는 대개 피해가 격감하는 경향을 보인다. 지역적인 환경에 따라서 다양한 차이를 보인다. 지중해연안 지역은 유행할때 매우 높은 치사율(30%이상)을, 아프리카남부와 미국 캘리포니아 지역은 중정도(일반적으로 10%이내의 치사율), 호주국은 불현성 감염을 보인다.
전형적인 임상증상은 발열(41℃-42℃)로부터 시작한다. 발열은 대개 일주일 정도까지 지속하나 짧게는 2일, 길게는 11일까지 지속하기도 한다. 발열기에는 높은 역가의 바이러스가 혈중으로 순환하기 때문에 이 때가 바이러스전파의 주된 오염원으로 작용하는 시기다. 발열을 보인후 2내지 3일부터는 침과 콧물을 흘리기 시작하며 입에 거품을 물면서 볼짝과 비점막이 충혈된다(그림 1). 콧물은 처음엔 맑은 수양성이었다가 나중엔 점액성으로 혈액이 섞여나오는 경우도 있다. 가끔 누루와 눈꺼풀 및 결막의 충혈이 있을 수 있다. 입술과 혀, 그리고 악하간에 수종이 생기기 시작하고 점상출혈이 볼점막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심한 경우에 혀가 매우 많이 붓고 수종을 형성하며 입밖으로 돌출하기도 한다. 이때 혀는 청색을 띄는 특징적인 소견을 보이기도 하는 데 이러한 특징으로 말미암아 이 질병이 블루텅(bluetongue)이라고 명명되었다(그림 2). 잇몸과 혀, 입술과 볼의 안쪽, 입천장은 병변은 진행되어 상피가 탈락하여 출혈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병변의 진행소견은 암컷의 유방 및 유두에서도 관찰된다(그림 3). 입속의 병변과 더불어 인후두마비가 오기때문에 식욕이 현저히 떨어지고 음식을 거의 삼키지 못한다. 이때부터 설사가 시작되고 변에는 혈액이 섞여 나오기도 한다. 자주 얼굴, 턱, 귀부위에 수종이 관찰된다. 목을 아래로 늘어뜨리기도 한다. 제대염 및 심한 통증으로 인해 절룩거리거나 걷지 않을려고 하고 통증으로 인해 자주 주저않아 있기도 한다. 질병 초기에 발을 검사해보면 열통으로 뜨건뜨건하며 발굽을 누르면 통증을 나타낸다. 시간이 많이 경과될 때까지 서서히 회복하여 육안적으로는 거의 증상이 관찰되지 않는다. 이러한 발굽에서의 병변은 주로 후지의 관상대(coronary band) 부위로 발적이 되고, 심하면 출혈소견까지 보인다(그림 4). 그 이외에 근육퇴행이 일어날 수도 있다. 매우 허약하며 일부 면양은 목을 꼬는 신경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구토가 일어나서 오인성 폐렴으로 급사할 수도 있다. 이 병의 경과는 매우 다양하다. 증상이 미약한 경우 일반적으로 빨리 회복된다. 심한 임상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대부분은 정해진 수순대로 병증이 경과한다.
또다른 임상 증상은 번식장애이다. 임신기간중 감염된 암양은 유산하거나, 수두증과 골격이상을 동반하는 기형태자를 분만한다. 회복되는 암양은 대개 불임양이 된다.
3. 진 단
블루텅병의 잠정진단은 역학적 특성과 임상증상 등을 참조하여 내릴수 있다. 진단에 참고가 될만한 역학적 사항은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지방의 경우 이 질병의 특징인 계절성을 보인다는 점이다. 겨모기가 활동하는 여름에서 가을에 발생하다가 서리가 내리는 10월에서 11월경에 갑자기 발생이 멈춘다. 진단에 고려될 수 있는 임상증상으로는 점막조직 병변, 침흘림, 연하곤란 그리고 제대염 등이 있다. 그러나, 유사한 역학적 특징이나 증상을 나타내는 질병들과의 감별이 쉽지가 않다 . 감별을 요하는 질병으로는 곤충매개질병(이바라기, 유행열 등), 수포성질병(구제역,우역 등), 다발성관절염과 부제명, 식물중독 등이 있다.
블루텅을 진단하는 데 있어서는 크게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혈청중의 항체를 검사하는 방법 (혈청학적 검사)이고 나머지는 환축으로부터 병원체 분리 또는 검출하는 것이다. 혈청학적 검사는 블루텅 특이항체의 검출여부와 일정간격(대개 2주)사이의 블루텅 특이항체 역가의 증감여부에 의해 이루어진다. 항체를 검사하는 방법으로는 한천겔침강법(AGID), 효소면역흡수법(ELISA), 혈청중화 시험 등이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한천겔 침강법과 효소면역흡수법은 모든 블루텅 혈청형에 공통되는 항체를 검출하는데 사용된다. 이방법은 단시간에 쉽게 검사할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항체역가의 증감을 측정하는 데 한계점이 있다. 혈청중화시험은 1차적인 항체검출 진단보다는 블루텅 진단후 유행하는 블루텅바이러스가 어떠한 혈청형인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주로 이용하는 방법이다. 어떤질병이나 마찬가지겠지만 항체의 검출은 진단에 있어서 결정적인 단서는 제공하지만 확진은 아니다. 확진을 위해서는 반드시 원인체가 분리되어야 한다.
블루텅바이러스 분리에 가장 적절한 대상은 임상증상의 초기단계인 발열을 심하게 보이는 개체의 혈액이다. 이들 발열기의 개체는 혈액내(특히 혈구세포)에 높은 역가의 바이러스가 순환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개체의 혈액(혈구세포)으로부터 바이러스를 분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만성기나 임상증상이 많이 경과한 경우에는 다량의 혈액을 확보해야 바이러스 분리가 가능하다. 점막조직에 병변을 보이는 경우 병변조직을 채취하는 것도 좋다. 폐사한 동물일 경우에는 비장, 림프절, 뇌, 심장, 간 등이 병인체를 분리하기에 좋은 재료들이다. 병인체 분리하는 방법에는 면양 접종법, 발육계란의 정맥내 접종법, 세포배양법 등이 있다. 면양접종법은 매우 효율적인 바이러스 분리방법이나 바이러스 분리작업하기에는 경제적이지 못하다. 가장 일반적이고 효율적인 바이러스분리 방법은 발육계란의 정맥내 접종법과 배양세포로의 계대하는 방법이다. 블루텅바이러스에 감염된 계태아는 치사 및 피하출혈병변을 보이며 이들 치사한 계태아를 유제하여 배양세포에 접종하여 세포변성효과 관찰및 바이러스 증식,동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야외재료를 직접 배양세포에 접종하는 방법은 야외바이러스가 쉽게 배양세포에 적응하여 증식하지 않기 때문에 계대를 많이 해야하고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실패할 확률이 높아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분자생물학적 기법이 질병 진단에 다양하게 응용됨에 따라 블루텅 질병의 진단에 있어서도 유전자 진단기법(RT-PCR)이 적용되고 있다. 이것은 단지 수시간만에 바로 진단이 가능하여 최소한 2주이상 소요되는 기존의 바이러스 분리방법에 비해 매우 탁월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 방법은 신속하고 정확하여 진단후 방역조치 등을 신속한 대처를 가능하게 하는 강력한 무기가 된다.
4. 예방 및 방역대책
유일한 예방대책은 백신접종이다. 백신접종에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현재 백신접종을 적용하고자 하는 지역에 존재 또는 감수성 동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혈청형을 분석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블루텅바이러스는 24가지의 혈청형이 확인되어 있다. 이들 혈청형간에는 교차면역 또는 방어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다른 혈청형의 백신을 사용한다는 것은 전혀 의미가 없다. 따라서 가장 좋은 방법은 적용하고자하는 지역에서 실제로 피해를 줄 수 있는 것과 동일한 혈청형의 백신을 확보하든가, 야외발생지역에서 직접분리한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백신을 제조하는 것이다. 두번째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백신접종시기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지방의 경우 특정시기에만 피해를 주었다가 돌연 사라지기 때문에 매개곤충이 활동하기 직전 시기에 백신접종을 적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블루텅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할 경제적 규모이다. 블루텅은 주로 면양에서만 문제가 되기 때문에 백신접종은 면양이 주된 산업국가인 나라에서 주로 적용하는 방법이다. 소에서는 거의 피해가 없어 일반적으로 백신접종정책을 실시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취할수 있는 예방방법은 겨모기의 구제이다. 겨모기의 활동이 있는 시기에 축사주위 등 겨모기의 서식환경에 집중적으로 살충제를 살포한다. 야간에는 겨모기의 흡혈을 차단할 수 있는 밀폐된 축사에 가두어두고 살충등을 설치해 두는 것도 좋다.
블루텅 발생이 있는 경우 블루텅의 감염원을 제거하기 위해 환축을 도태 또는 살처분하는 방법이 있다. 이 방법은 매개겨모기의 활동이 없는 지역에서 어떤 환경적 요인에 의해 매개 겨모기가 유입되어 감수성 동물의 피해가 막대한 경우에 주로 적용하는 방법이다. 블루텅 매개겨모기가 상존하여 피해가 빈번하거나 준임상형을 보이는 지역에서는 도태 및 살처분에 의해서는 이 질병의 박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방법은 경제성면에서 결코 적절하지 않다.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뚜렷하여 특정시기에 겨모기가 활동하는 지역이다. 또한 겨모기의 활동이 매년 이루어진다. 따라서 블루텅바이러스를 매개하는 특정한 겨모기종이 유입되어 환경적응력을 갖추고 블루텅바이러스의 유입이 이루어지면 박멸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다행스러운 점은 아직까지 이들 매개 겨모기종이 국내에서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것, 가장 감수성이 높은 동물인 면양의 사육규모가 적다는 점, 블루텅에 의한 피해가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았다는 점, 인근 주위 블루텅 존재국가들 (동남아, 호주 등)에서 블루텅에 의한 감수성 동물의 직접적 피해가 없다는 점이다.
현 수준에서 동남아시아 및 중국 등 주위 인근국가들에서의 블루텅의 발생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국내에서 발생이 확인된 츄잔, 아카바네 등 겨모가 전파시키는 곤충매개질병들이 이들 상재성으로 존재하는 동남아지역에서 태풍 등에 의해 한국과 일본지역으로 주기적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만약 블루텅이 유입된다면은 이와 유사한 경로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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