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vian Influenza, AI)는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에 의하여 발생하는 조류의 급성 전염병으로 닭・칠면조・오리 등 가금류에서 피해가 심하게 나타난다. AI 바이러스의 닭에서의 병원성 정도에 따라 저병원성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로 크게 구분된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ighly Pathogenic Avian Influenza, HPAI)는 세계동물 보건기구(WOAH)에서도 위험도가 높아 관리대상 질병으로 지정하고 있으며, 발생 시 WOAH에 의무적으로 보고하여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국가 방역상 주요 가축전염병 중 하나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혈청아형(subtype)이 매우 많고 변이가 쉽게 일어나며, 자연 생태계의 야생조류에 다양한 종류의 바이러스가 분포되어 있으면서도 이들에게는 감염되어도 뚜렷한 증상이 없이 경과될 수 있기 때문에 국가 방역 측면에서 볼 때 가장 주의하여야 할 가축전염병 병원체 중 하나이다.
2. 병원체
2.1. 바이러스의 특성 및 항원성
AI 바이러스는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 분류되며, negative sense RNA 바이러스로서 서로 다른 8개의 분절적 게놈(segmented genome)을 갖고 있는데, 이들은 혈구응집소(hemagglutinin, HA)와 뉴라미니데이즈(neuraminidase, NA)의 표면항원 유전자와 M, NP, PB2 등 6개의 내부유전자(internal gene)로 구성되어 있다. 참고로 상위 분류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혈청형은 크게 4종(A, B, C, D형)으로 분류되며, 그 중 B형, C형, D형은 포유류에게 감염되고, A형 바이러스는 사람을 비롯하여 닭・칠면조・야생오리・돼지・ 말・밍크・물개 등 다양한 종류의 척추동물에 감염이 보고되고 있다.
조류에서 검출되는 AI 바이러스는 다양한 혈청아형(subtype)이 있는데 바이러스 표면에 존재하는 혈구응집소의 특성에 따라 H1부터 H16까지 16종이 있으며, 뉴라미니데이즈(NA)라는 효소가 나타내는 표면 단백질의 특성에 따라 N1부터 N9까지 9종의 아형으로 구분된다. 바이러스의 병원성은 주로 HA 유전자와 관련이 있다.
2.2. 바이러스의 변이와 병원성
AI 바이러스는 감염 후 체내 복제과정에서 바이러스 유전자 간의 유전자 재편성(genetic reassortment)으로 인하여 항원성의 대변이(antigenic shift)가 일어날 수 있으며, 항원성 소변이(antigenic drift)와 점변이(point mutation) 등에 의해서도 소규모의 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
현재까지 가금류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를 일으키는 AI 바이러스는 모두 H5 또는 H7형이다. 야생조류와 가금에서 분리되는 H5나 H7형 AI 바이러스의 상당수는 비병원성 또는 저병원성 바이러스이지만,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야생조류와 가금에서 유례없는 고병원성 H5형 바이러스의 확산이 관찰되고 있다. 저병원성 H5 및 H7형 바이러스도 종간 전파(interspecies transmission) 등의 과정에서 변이를 통해 고병원성을 획득할 위험성이 있어서 이들 바이러스에 대한 지속적인 예찰이 필요하다.
자연생태계의 야생조류, 특히 청둥오리나 가창오리와 같은 물새류에서는 낮은 병원성을 보이기도 하고, 집오리나 거위에 감염되어도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오리류에 속하지 않는 야생조류(쇠기러기, 백로, 부엉이 등)에서는 감염시 폐사하는 경우가 많이 보고된다.
2.3. 바이러스의 전파방법
닭이나 칠면조 등 가금류에 감염되면 폐사율이 100%에 달할 수 있다. 닭에서의 잠복기는 수 시간에서 3일 정도이며, WOAH 위생규약에서는 무리 수준에서 잠복기를 14일로 정하고 있다. 계군의 크기나 최초 전염경로, 사양관리, 환경 등에 따라 잠복기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며, 개체별로 보았을 때 대체로 수 시간에서 수일 이내의 짧은 잠복기를 가진다.
AI는 주로 직접 접촉에 의해서 전파되며, 바이러스와 숙주의 감염상에 따라 다르지만 배출 극기 분변이나 인후두 점액 1g(그램)에는 통상 1천 개 이상의 감염성 바이러스가 들어있다. 이러한 분변에 오염된 차량이나 사람, 사료, 사양 관리기구 등을 통해 전염이 일어나며, 가까운 거리는 오염된 쥐나 야생조류에 의하여도 전파될 수 있다. 계사 내의 아주 근접한 거리에서는 오염된 물・사료, 기침 시의 비말 등에 의해서도 전염될 수 있으며, 바로 인접한 농가 간에는 바이러스에 오염된 공기 중의 부유물이 바람에 의해 이동됨으로써 전파가 일어나는 것도 가능하다. 장거리 전파는 주로 야생철새의 이동에 따라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으며, 또한 중국, 동남아 등 고병원성 AI 발생국으로부터 오염된 냉동 닭고기나 오리고기, 생계란 등에 의해서 유입될 수도 있으며, 해외방문자 등 사람에 의하여 유입될 위험성도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다.
3. 임상증상 및 부검소견
3.1. 임상증상
닭에서의 주요 임상증상은 사료섭취량이 줄면서 침울하거나 졸다가 급격한 폐사로 이어지는데, 죽기 직전에 벼슬이나 다리에 청색증(cyanosis)이 나타나고, 안면 종창(swelling)과 호흡기 증상이 동반되며, 흰색 또는 녹색의 심한 설사 등 소화기 증상도 관찰될 수 있다. 심급성(peracute)으로 폐사할 경우 전혀 병변이 없는 경우도 있다. 산란계에서는 산란저하가 나타나기 전에 폐사가 먼저 나타날 수 있다.
산란중인 종오리에서는 먼저 사료섭취량이 급격히 줄어들고 약간의 호흡기증상을 동반할 수 있다. 사료섭취량 감소가 나타난 1~2일 후부터 급격한 산란율 저하가 보통 일주일 정도 지속되다가 그 이후 점진적으로 회복되는 과정을 나타낸다. 육용오리의 경우도 사료섭취량이 갑자기 감소되고 동시에 폐사율이 증가하면 의심해야 한다. 특히 오리에서는 바이러스에 따라 임상증상과 병원성이 다양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면밀한 임상 관찰이 필요하다.
3.2. 부검소견
고병원성 AI에 감염된 닭에서는 통상적으로 안검의 충ㆍ출혈, 기관 내 발적소견, 점액 또는 카탈성 삼출물의 저류, 폐의 충・출혈, 심장의 점상출혈 및 선상의 백색 괴사소견을 관찰할 수 있다. 신장 종대 및 요산염 침착이 나타날 수 있으며, 간장의 심한 유약과 작은 괴사반점, 그리고 췌장의 흰색 괴사가 특징적으로 관찰된다. 산란중인 닭에서는 심한 난포의 파열과 충ㆍ출혈이 동반된다.
산란 중인 종오리에서도 닭과 같이 난포의 파열, 위축, 충ㆍ출혈 소견이 특징적으로 관찰되며, 난포파열에 따른 난황의 복강내 저류로 복막염이 동반되기도 한다. 육용오리에서는 간장의 종대와 유약, 폐의 충ㆍ출혈, 비장의 종대와 흰색 괴사반점, 췌장의 다발성 괴사가 특징적으로 나타나나, 심급성으로 폐사시 부검 소견이 관찰되지 않을 수도 있어, 소견이 없더라도 PCR 등의 정밀검사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