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출혈병은 Calicivirus과에 속하는 토끼 출혈병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하며, 1984년 중국에서 처음으로 확인된 이래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다. 국내에서 이 토끼 출혈병은 강한 전염성을 나타내어 1980년도 후반에 울릉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의 토끼가 감염되어 거의 전멸하였던 질병이다. 2000년 이후에도 토끼 출혈병은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그림 1). 이 토끼 출혈병은 한가지의 혈청형만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지만, 항원적인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변이주가 1990년 중반에 발견되어 고전형 (RHDV)과 변이형 (RHDVa)으로 분류된다. 국내에서도 토끼 출혈병 변이주가 1997년에 확인되어 현재는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그림 2).
토끼 출혈병 바이러스의 물리적․화학적 특성을 보면 50℃에서 1시간 가열하여도 생존하며, pH 4.5 - 10.5 사이에서 안정하고, pH 3.0에서도 생존하지만, pH 12이상에서는 감염력을 소실한다. 1-3%의 포르말린 혹은 1% sodium hydroxide에 불활화되며, 다른 소독제로는 0.5% sodium hypochloride가 있으나, ether나 chloroform에 의해 바이러스 감염력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토끼 출혈병 바이러스가 유기물과 함께 있을 때 소독제가 효력을 나타내지 못하며, 사료창고 혹은 얼려진 상태로 보관된 사료에서 생존하며, 환경에서 수 개월 동안 사체내에서 생존한다. 사체의 내장기관에서 4℃의 경우 7개월 이상, 건조된 실온의 상태에서는 적어도 3개월, 토끼사체에서 22℃ 조건에서 20일 이상, 60℃에 노출하였을 때도 2일 이상 생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의 깊게 소독하지 않으면 농장 주변에 지속적으로 감염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토끼 출혈병의 역학
토끼 출혈병은 매우 전염성이 강하며 집토끼와 멧토끼에 치명적이다. 백신접종을 받지 못한 토끼는 80-90%의 폐사율을 나타내며, 멧토끼의 밀도를 급격하게 감소시킨다. 토끼 출혈병에 감염되는 동물은 집토끼와 멧토끼이며 모든 연령의 토끼가 감염되지만, 40-50일령 이하의 토끼는 준임상형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바이러스의 증식은 토끼를 잡아먹는 천적을 포함한 다른 동물에서는 발생하지 않지만 항체는 확인된다. 토끼를 제외한 28종의 동물에 감염된 토끼의 장기 유제액을 접종하여도 질병이 발생하지 않으며, 바이러스 증식도 관찰되지 않는다.
토끼 출혈병의 전파는 경구, 비강, 결막경로를 통해 감염되며, 감염된 사체나 감염동물의 털에 노출되거나, 감염된 사료, 깔집, 음료수를 포함하는 접촉성 매개물에 의해서 감염된다. 경구, 비강, 피하, 근육 및 정맥주사를 통해 실험적인 전파가 이루어지며, 감염된 토끼고기가 중요한 감염원이다. 이러한 토끼고기가 새로운 지역에 토끼 출혈병의 전파에 주요한 수단이며, 토끼고기는 감염된 혈액내에 높은 농도의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토끼고기의 소비는 겨울과 봄철에 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위생적인 토끼고기의 유통이 필요하다. 파리나 다른 곤충에 의한 기계적인 전파가 가능하며, 단지 몇 개의 바이러스가 결막의 감염경로로 토끼에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너구리와 같은 야생동물의 체내에서 바이러스 증식이 일어나지 않지만, 개나 고양이를 포함한 동물들이 감염된 토끼를 먹은 후에 분변으로 바이러스를 배출하기 때문에, 이 토끼 출혈병 바이러스를 기계적으로 전파시킬 수 있다.. 따라서 토끼농장에 사육하는 개의 관리도 필요하다. 감염된 토끼의 장기 중에서 간이 가장 높은 바이러스 함량을 함유하고 있으며, 비장과 혈액도 많은 량의 바이러스를 함유하고 있다. 오줌, 분변 및 호흡기를 통한 모든 종류의 배출물은 바이러스를 함유하는 것으로 여겨지며, 많은 양의 혈액을 함유하고 있는 토끼고기 또한 바이러스가 많다.
토끼 출혈병은 1984년 최초로 중국에서 보고된 이래 1986부터 유럽에서 확인되었고, 모든 대륙의 40개국 이상의 나라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 토끼 출혈병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2000년에 미국에서도 발생하였다.

그림 1. 2001년 이후 국내에서 확인된 토끼 출혈병 발병 건수

그림 2. 2007년 이후에 발생한 토끼 출혈병은 기존의 토끼 출혈병(original RHDV)과 다른 변이주(RHDVa)로 확인되고 있다. KV0801 분리주는 경기도 포천의 토끼 농장에서 분리한 토끼 출혈성 변이주로 기존에 발생한 Korea90, RHF89 분리주와 염기서열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그림 3. 토끼 출혈병 변이주에 감염되어 폐사된 토끼와 황갈색을 보이는 토끼의 간. 토끼 출혈병에 감염된 토끼는 고열, 비강 출혈 등을 나타내며 감염 후 24시간 이내에 폐사한다.
토끼 출혈병의 진단
토끼 출혈병의 잠복기는 1-3일이며, 발열이 시작된 이후 폐사는 12-36시간내에 일어난다. 토끼 출혈병 백신을 접종하고 있지 않는 토끼 농장에서 무기력증과 발열 후 갑작스런 폐사가 여러 장소에서 발생하고 부검시 간의 괴사와 출혈이 나타난 경우 토끼 출혈병으로 추정적인 진단이 가능하다. 사육장내에 토끼 두수가 적거나, 농장내의 토끼가 부분적으로 백신을 접종을 받은 경우 임상증상은 주로 급성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야외에서 진단하기가 어렵다. 질병의 변화는 심급성, 급성, 아급성 혹은 만성형으로 나타나며, 임상발현은 주로 급성에서 나타난다. 심급성에서는 일반적으로 임상적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감염된 토끼의 임상증상은 고열(40℃ 이상), 냉담, 식욕절폐, 앞으로 엎드리기, 경련 마비 등을 포함한 신경증상, 신음소리, 혈액이 섞인 비루이다 (그림 3). 질병이 농장에서 발생하게 되면 약 5-10%의 토끼가 만성형 또는 준임상형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이때의 토끼는 심한 황달 혹은 쇠약하게 보이거나 생동력을 잃은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동물은 1-2주 후에 간 기능장애로 폐사한다. 폐사율은 농장내 토끼 두수에 따라 다양하고, 프랑스, 스페인과 같은 유럽에서 토끼 출혈병은 토끼산업을 급격하게 황폐화시켰다. 이환율은 30-100%까지 다양하고 치사율은 40-100%까지이며 다 자란 토끼에서 높은 치사율을 나타내는 반면, 어린 토끼에서는 치사율이 높지 않는데, 어린 토끼가 저항성을 나타내는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질병은 급속한 경과를 갖기 때문에 폐사 후에도 건강한 것처럼 보인다. 토끼 출혈병의 가장 심한 병변은 간, 기관지, 폐이며, 거의 모든 장기에서 점상출혈이 발견된다. 간괴사와 비장 거대증은 1차적인 병변이며, 간의 색깔은 황갈색으로 보인다. 여러 장기에서 보이는 출혈은 파종성 혈관내 응고 때문이며, 이로 인해 갑작스런 폐사가 일어난다. 토끼 출혈병과 감별해야할 질병으로는 파스튜렐라 감염증, 중독, 소모성 열사병 등이다. 바이러스 항원의 검출방법은 사람의 O형 적혈구를 이용한 혈구응집법(HA), 조직내 전자현미경 관찰법, 효소면역법(ELISA), 항체를 이용한 면역염색법, 유전자를 증폭하는 RT-PCR법이 이용되고 있으며, 혈구응집법과 RT-PCR법이 쉽게 사용하고 있다. 자연 감염 혹은 백신접종 후 토끼 출혈병에 대한 항체는 혈구응집억제법(HI)과 상용화 되어있는 ELISA법에 의해 확인할 수 있다. 실험적으로 출혈병 백신을 접종한 토끼에서 4-6일 후에 항체가 형성되기 시작하며, 체액성 면역(항체)이 토끼 출혈병을 방어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끼 출혈병의 예방
질병이 없는 지역에서는 차단방역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며, 감염된 지역에서 토끼, 토끼고기, 앙고라 털의 수입제한 조치가 중요하다. 질병발생시 엄격한 검역은 필수적이며, 토끼 출혈병은 극도로 전염성이 강하기 때문에 토끼군의 분리, 소독, 지속적인 감시와 차단을 통해 질병을 통제해야 한다. 감시토끼를 특별한 구역에서 질병 감시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 야생 토끼에서 토끼 출혈병이 전파되고 있는 지역에서는 질병 근절이 쉽지 않다. 따라서 이 질병은 소독, 폐쇄군의 유지, 백신접종과 같은 방역조치로 통제해야 한다. 토끼 출혈병이 발생하고 있지 않은 농장은 다 자란 토끼에 제한적으로 백신접종을 할 수 있고, 발생이 확인되면 모든 동물은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엄격한 위생이나 다른 방역조치를 수행했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내에 바이러스의 존재로 발생하며, 재감염의 위험이 높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농장은 불활화 백신을 2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하고 1년에 한번 보강접종 해야 한다. 백신 접종을 받은 동물은 강한 면역반응을 나타내어 야외 감염으로부터 방어하기 때문에 현재 시판되고 있는 토끼 출혈병 불활화백신을 토끼에 접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참고문헌
1. Fernandex PJ, White WR. Atlas of transboundary animal disease. OIE. 2010.
2. Yang DK, Kim BH et al. Identification and molecular characterization of a rabbit hemorrhagic disease virus variant (KV0801) isolated in Korea. Korean J Vet Res 2009 49(3):207-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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